바람

이재원

바람이 멈추면
아름다운 것들이 멈춥니다

하늘의 구름도 멈출 것이고
바다의 파도도 멈출 것이고
꽃의 향기도 멈출 것입니다

파란
밤하늘의 달
반짝이는 별
흐르는 바람이 같고 온
아름다움입니다

바다 내음
밀물과 썰물
포말들의 비상
흐르는 바람이 같고 온
아름다움입니다

향기의 술
벌나비가 날고
꽃 술에 취하는 사랑
흐르는 바람이 같고 온
아름다움입니다

잠시 멈추면
고요 속에 춤을 추지만
멈춰버리면 잠이 듭니다

당신은
지금 걸을 수 있나요
사람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이
흐르는 바람인지도 모릅니다

너무 센 바람은
흐트러지게, 부서지게, 꺾어지게
불더이다

포수가 새를 잡았다.

이 새는 일흔 가지나 되는 말을 자유롭게
지껄일 줄 알았다.

포수님, 저를 놓아주십시오.

그러지, 맹세하지."
포수의 맹세를 듣자 새는 말을 시작했다.

첫 번째 는
'이미 지나버린 일은 후회하지 말라'

두 번째는
'있을 수 없는 일을 말하는 자를 결코 믿지 말라',

마지막으로
'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'는 것입니다."

이 세 가지를 말하고 새는 포르르~ 날아갔다.

자유의 몸이 된 새는 높은 나뭇가지에
올라앉아서 나무 밑에 있는 포수를 놀려댔다.

내 꾀에 넘어갔지요?
당신은 내 말에 넘어가 나를 놓치고 말았어요.
​
내 몸엔 멋진 진주가 달려 있어서
그것이 나를 현명하게 해준단 말이야,

이 바보 같은 포수 양반아."
포수는 새를 놓아준 것을 곧 후회하기 시작했다.
​
그래서 새가 앉아 있는 나무로 올라가
새를 붙잡으려 했다.

그러나 나무가 워낙 높은지라 중간에 나무에서 미끄러져 그만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.
​
다리를 절뚝거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포수를 보고
새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.

당신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멍청이야.

내가 말해준 교훈이 무슨 의미인지 잠깐동안
이라도 곰곰히 생각해봐요.

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후회하지 말라고 했지요?
그런데도 당신은 나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마는군요.

그리고 있을 수 없는 일은 결코 믿지 말라고 했죠?

그런데도 당신은
내가 방금 한 말을 정말인 줄 알고
내가 정말 값진 진주를 달고 다니는 줄 착각하는군요.

나는 어디서나 볼수있는 한마리 새에 불과해요.

마지막으로 할수 없는 일은
아예 처음부터 포기하라고 내가 가르쳤는데도

당신은 나를 다시 잡으려고 하다가
결국 다리를 다치고 말았단 말이야.
​
현명한 자에게 한 마디 하는 것이

우둔한 자에게백 마디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'고 하는
까닭을 이제야 알겠네요.

​인간들이란 왜 전부 당신같이 밥통들인지 모르겠어."

이렇게 쏘아붙이고 새는 먹이를 찾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.

세가지 교훈..

'이미 지나버린 일은 후회하지 말라'

'있을 수 없는 일을 말하는 자를 결코 믿지 말라',

'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'는 것입니다."

저 세 가지만 지니고 살아도 현명해질 수 있습니다.

🍀

실패는 잊어라
그러나 그것이 준 교훈은 절대 잊으면 안 된다.

-허버트 개서-

잠 안 오는 밤 백열등 불빛이 나를 쏘아보는 밤 사방의 벽이 조여 오는 밤 쌀톨만한 왕거미 새끼가 너울너울 줄 타고 내려와 코 앞에서 똥배를 구르어 그네를 타며 사는 게 이리 즐거운데 왜 찡그린 얼굴로 지지리 궁상떠느냐고 약 올리고 살살 천정으로 올라가서 벽 구석에 친 손바닥만 한 거미줄에 칭칭 동여 매 놓은 모기 시체를 뜯어먹다가 꼼작도 않고 쿨쿨 잠을 잔다. 눈꺼풀이 무거워 온다.